같은 IT 업계라 하더라도, 실리콘밸리와 서울의 재택근무 루틴은 확연히 다릅니다. 일하는 시간, 회의 방식, 협업 도구, 성과 관리 기준 등에서 문화적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죠. 이 글에서는 실리콘밸리와 서울의 재택근무 방식이 어떻게 다르고, 그 차이가 일의 효율성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루틴 중심으로 비교 분석해봅니다.
1. 하루 시작 루틴: ‘몰입 vs 준비’
실리콘밸리의 재택근무는 ‘자기주도’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정해진 출근 시간 없이 자신의 리듬에 맞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10시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개발자도 많습니다. 핵심은 언제 시작하든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는 보통 모닝 루틴을 먼저 실행합니다. 명상, 산책, 커피 한 잔, 그리고 이메일 확인 전에 ‘오늘의 핵심 업무’를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후 업무 몰입 구간(Time Block)을 설정해 회의 없는 시간대에 집중 업무를 배치합니다.
반면 서울의 재택근무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맞추는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많은 기업들이 오전 9시 업무 시작을 기본으로 하며, 슬랙 또는 카카오워크에서 출근 확인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업무 연결 준비’로, 알림 확인 → 메신저 응답 → 회의 준비 순으로 흘러갑니다.
즉, 실리콘밸리는 나 중심의 업무 설계, 서울은 팀 중심의 업무 연결이 하루의 출발점입니다.
2. 회의와 협업: 최소화 vs 동기화
실리콘밸리는 회의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루틴을 설계합니다. 팀마다 ‘No Meeting Day(회의 없는 날)’를 지정하거나, 회의 시간을 15~30분 내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핵심은 회의보다는 문서 기반 비동기 협업입니다. 미팅은 주간 스탠드업(5~10분) 정도로 짧게 끝내며, 노션·아사나·슬랙 등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합니다.
서울은 여전히 회의와 실시간 피드백 중심입니다. 데일리 회의, 주간 업무 공유, 고객 응대 회의 등 다양한 미팅이 재택 중에도 영상회의로 계속 진행되며, ‘얼굴 확인’이나 ‘목소리 공유’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회의는 최소 30분 이상, 경우에 따라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업무 독립성과 효율, 서울은 조직 동기화와 커뮤니케이션 안정성에 초점을 둡니다.
3. 업무 종료 루틴: 확실한 퇴근 vs 모호한 마무리
실리콘밸리에서는 ‘퇴근 루틴’ 또한 중요하게 여깁니다. 명확한 로그아웃, 메신저 알림 해제, 저녁 운동, 가족 시간 등으로 업무 종료를 선 긋듯이 분리합니다. 이런 방식은 번아웃 방지와 개인의 삶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부 회사는 “퇴근 이후 메신저 사용 금지” 정책도 운영합니다.
서울에서는 업무 종료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퇴근 전 보고서 하나만 더”, “저녁에 회의 하나만요”처럼 업무가 퇴근 이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며, 메신저 알림이 꺼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책임감 있는 직원일수록 ‘상시 대기’ 상태로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피로 누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일할 땐 집중, 끝나면 단절’, 서울은 ‘일할 땐 협업, 끝나도 연결’이라는 차이가 퇴근 루틴에도 반영됩니다.
실리콘밸리와 서울의 재택근무 루틴은 철학부터 다릅니다. 자율성과 몰입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 연결성과 책임감을 중시하는 서울.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일 스타일에 맞는 루틴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아침 루틴, 회의 루틴, 퇴근 루틴을 돌아보며 나만의 루틴을 리셋해보세요.